다슬기는 우리나라 냇물에 흔한 연체동물입니다. 심산유곡의 깨끗한 냇물에서부터 강, 호수,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강 하구에 이르기까지 흐르는 물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서식합니다. 이름도 많아서 고등, 민물고등, 골뱅이, 고디, 소라. 달팽이 따위로 부르고 있습니다.
다슬기는 우리나라에 2속 9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고등류 가운데서 가장 작은 무리에 듭니다. 길이가 35㎜, 직경 15㎜를 넘는 것이 드물지요. 껍질에 나사모양의 띠가 10개나 되는 것도 있으나 대개 뾰족한 끝부분이 부식되어 없어지고 3∼4층만 남습니다. 껍질의 빛깔도 다양하여 황색, 황갈색, 암갈색, 갈색, 검정색 따위가 있고, 껍질의 표면도 매끈한 것이, 우툴두툴한 것, 혹이 있는 것, 세로줄이 있는 것, 가로주름이 있는 것 등이 있습니다. 다슬기는 강이나 냇가에서 사람들이 흔히 잡아서 국을 끊여먹습니다. 다슬기국은 뱃속을 편안하게 하고 소화가 잘되게 하며 간을 보한다고 하여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괴산이나 영동, 충주 등 남한강이나 금강 상류에 있는 작은 도시에는 다슬기국을 끓여 파는 전문음식점도 꽤 여러 군데 있습니다.
다슬기를 끓이면 파란 물이 우러나는데, 이는 다슬기를 비롯한 조개류의 피에 사람이나 포유동물과는 달리 푸른 색소가 많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푸른색 색소가 사람의 간질환을 치료하는데 매우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간염이나 간경화, 간암 등 갖가지 간병에 좋은 치료효과가 있다는 것이지요. 『신약(神藥)』이라는 의학책을 쓴 민간의학자 인산 김일훈 선생은 『神藥本草)』라는 자신의 어록에서 다슬기에 들어 있는 푸른 색소가 사람의 간 색소와 닮았기 때문에 갖가지 간병에 훌륭한 약이 된다고 했습니다. 『신약본초』의 한 부분을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민물고둥이라고, 다슬기가 있어요. 그것이 심산(深山)에서 나오는 것 상당한 비밀이 있어요. 달이게 되면 파란 물이 나오는 데 어머니가 흡수한 호흡에서 흡수한 간을 이루는 세포조직이 그 청색(靑色)인데 그 새파란 무리 이간의 간을 이루는 원료라. 그 청색소의 힘을 빌어 간이 정화작업을 하는데 그 간의 조직체인 색소가 고갈돼서 간암이나 간경화가 생겨요. 이 간의 조직원료가 되는 청색소를 공급해 주는 것이 민물고동이라." 다슬기는 민간요법에서도 간염이나 간경화를 고치는 약으로 흔히 썼습니다. 다슬기 300∼500g쯤을 날마다 국을 끓여 먹으면 간염이나 간경화로 복수가 찼을 때 상당히 좋은 효과가 있다고 했습니다.
다슬기의 성질은 약간 차고 맛이 달며 간장과 신장의 기능을 좋게 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위통과 소화불량을 낫게 하며 열독과 갈증을 풀어 줍니다. 다슬기의 살은 신장에 이롭고 껍질은 간과 쓸개에 이롭다고 합니다. 암이나 관절염, 산후통, 디스크 치료약에는 다슬기를 같이 씁니다. 이렇게 난치병 약에 들어가는 것은 모든 질병을 치료할 때 간과 위장의 기능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슬기는 냇물 속의 바위나 자갈에 붙어 있는 조류(藻類)나 물고기의 배설물 같은 것을 먹고 삽니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우리나라 도시 근교의 냇물과 강물이 오염되어 다슬기를 채집해보면 껍질 속이 완전히 썩은 것, 껍질이 뒤틀린 것, 죽은 것들이 적지 않게 나옵니다. 그러므로 약으로 쓸 다슬기는 오염되지 않은 인적없는 맑은 냇물에서 난 것을 써야 합니다. 겉으로 봐서 껍질에 갯흙이나 물이끼 따위의 이물질이 묻어 있지 않고 죽거나 상한 것이 없으며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 깨끗한 물에서 자란 것입니다. 삶아 보면 더러운 물에서 자란 것과 깨끗한 물엣 자란 것은 차이가 많이 납니다.
깨끗한 물엣 난 것은 맑고 파란 물이 우러나오고 그 맛이 담백하고 시원한데 견주어, 오염된 물에서 난 것은 물빛이 탁하고 맛도 이상하며 좋지 않은 냄새가 나기도 합니다. 농약이나 중금속 등에 오염된 물에서 난 다슬기는 도리어 몸에 해로울 수 있으므로 반드시 오염이 안 된 맑은 물에서 난 것을 써야 합니다. 다슬기는 우리나라에 아홉 종류가 있는데 어느 것이나 다 똑같이 약으로 쓸 수 있습니다. 가장 깨끗한 물에서 자라는 것이 구슬알다슬기라는 종류이고, 상당히 오염된 물에서도 살 수 있는 것이 곳체다슬기라는 종류입니다. 이밖에 주로 깨끗한 물에 사는 것으로는 주머니알다슬기, 참다슬기, 좀주름다슬기, 염주알다슬기, 주름다슬기가 있고 약간 오염된 물에도 살 수 있는 것은 곳체다슬기가 있습니다. 다슬기는 우렁이와 약효가 비슷하지만 그보다는 약성이 더 강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슬기의 약성에 대한 옛 문헌기록은 거의 없고 다만 우렁이에 대해서는 황달이나 부종 등에 좋다고 적혀 있습니다. 참고로 『동의학사전』에 적힌 우렁이의 약성에 대한 부분을 옮겨 적습니다. "우렁이는 각지의 논, 늪, 저수지 등에 산다. 여름과 가을에 잡아서 흙을 게우게 한 다음 익혀서 햇빛에 말린다. 맛은 달고 성질은 차다. 열을 내리고 갈증을 멎게 하며 독을 풀고 오줌을 잘 누게 한다. 당뇨병, 황달, 붓는데, 눈병, 복수가 찬데, 헌데, 장출혈, 연주창, 버짐 등에 쓴다. 껍질은 버리고 살을 끓여 먹거나 가루 내어 먹는다. 또는 태워서 가루 내어 먹기도 한다. 외용으로 쓸 때는 즙을 내어 바르거나 짓찧어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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